생활 속 응용수학 02

3시간 전 사진과 삼척의 천문학적 좌표

광속 지연 · 21.6 au · 왕복 6시간 대화

삼척에서 근무 중이신 주무관님이 사진 한 장을 보내면서 “3시간 전”이라고 덧붙였다. (찬조출연 땡큐) 만약 이 지연이 전송 속도의 한계 때문이라고 대충 진지하게 가정하면, 그 해변이 지금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태양계 안이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린 날 차 안에서 앞유리 너머로 촬영한 해변과 수상레저 장비 보관 구역
문제의 관측 자료. 촬영 시각과 수신 시각이 3시간 어긋나 있다. 이 사진에서 확실한 것은 흐렸다는 사실 하나뿐이고, 그림자가 없어 촬영 시각을 역산할 단서도 남아 있지 않다. 시각 정보는 오직 “3시간 전”이라는 주석에만 있다.

광속 3시간 = 발신지까지의 거리

21.6 AU

약 32억 3,776만 km · 천왕성(19.2 AU)을 막 지난 지점

01 전제 조건 설정

천문학에서는 “우리는 언제나 과거의 우주를 본다”고 말한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1억 5천만 km 떨어진 태양을 볼 때 우리가 보는 것은 8분 20초 전의 태양이고, 400광년 떨어진 별을 볼 때 우리가 보는 것은 조선 중기의 빛이다. 지금 그 별이 어떤 상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진이 3시간 늦게 도착한 이유가 전송이 늦어서가 아니라, 빛이 그 거리를 오는 데 3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치자. 그러면 발신지까지의 거리가 곧바로 계산된다.

02 거리 역산하기

우리는 모두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거리는 속도 곱하기 시간이라는 내용을 배웍소용

수학적 모델

광행거리 = 광속*지연시간

d = c × Δt

= 299,792,458 m/s × 10,800 s

= 3.2378 × 1012 m

= 3.2378 × 109 km ≈ 32억 3,776만 km

c
진공 중 광속. 정확히 299,792,458 m/s로 정의된 값이다
Δt
지연 시간. 3시간 = 10,800초
d
빛이 그 시간 동안 진행한 거리, 즉 발신지까지의 거리
왜 광속은 “측정값”이 아니라 “정의값”일까?

1983년부터 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된다. 즉 광속을 재서 미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광속을 고정해 놓고 미터를 정의한다. 그래서 광속에는 오차가 없다. 이 계산에서 유일한 오차 요인은 “3시간”이라는 자기신고 쪽이다.

천문학에서 쓰는 단위로 바꿔보자. 1 천문단위(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인 약 1억 4,959만 7,871 km다.

단위 변환

천문단위로 환산

3,237,758,546 km ÷ 149,597,871 km ≈ 21.64 au

빛이 1 au를 가는 데는 약 8분 19초가 걸린다. 3시간이면 그 여정을 21.6번 반복한 셈이다.

Solar system scale

그래서 태양계 어디쯤인가

21.64 au를 태양계 지도에 찍어보면 위치가 꽤 명확하다. 천왕성이 19.2 au, 해왕성이 30.1 au다. 삼척은 천왕성을 막 지나 해왕성으로 향하는 초입에 있다. 천왕성에서 해왕성까지 거리의 약 22% 지점이다.

태양계 거리 축 위의 발신지 위치 태양을 0으로 하는 직선 축에 수성부터 해왕성까지를 표시하고, 21.64 천문단위 지점에 발신지를 표시한 도해입니다. 태양 0 AU 수 · 금 · 지 · 화 (0.4~1.5 AU) 목성 5.2 토성 9.6 천왕성 19.2 해왕성 30.1 발신지 21.64 AU 32 AU
태양을 0으로 둔 선형 거리 축이다. 내행성은 눈금 왼쪽 끝에 뭉쳐 보이는데, 이는 도해의 오류가 아니라 태양계가 실제로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행성 거리는 평균값 기준이며 공전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대상 거리 빛 도달 시간
약 38만 km 1.3초
태양 1.0 AU 8분 19초
목성 5.2 AU 약 43분
천왕성 19.2 AU 약 2시간 40분
삼척 해변(본 가정) 21.6 AU 3시간 00분
해왕성 30.1 AU 약 4시간 10분

03 지금 그쪽 날씨는 원리적으로 알 수 없다

21.6 au 떨어진 지점에서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은 앞으로 3시간이 지나야 정보가 도착한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그 사건은 아직 나의 과거 광원뿔(past light cone) 바깥에 있다. 나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 거기 비 와?”라는 질문은 예의 없는 질문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답이 불가능한 질문이 된다. 물어볼 수는 있는데, 답이 도착하는 데만 총 6시간이 걸린다.

천문학 용어

역행 시간(lookback time)

관측한 사건이 실제로는 얼마나 과거의 일인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천문 관측 보고에는 이 값이 반드시 명시된다. 거리가 곧 과거이기 때문에, 거리를 적지 않으면 관측 자체가 해석 불가능해진다.

메시지에 붙은 “3시간 전”이라는 한마디가 정확히 이 역할을 한다. 그 라벨이 없었다면 수신자는 기본값으로 “지금”을 가정하고, 3시간 묵은 하늘을 현재 날씨로 착각했을 것이다.

04 왕복 6시간짜리 대화

편도 3시간이면 왕복은 6시간이다. 이 조건에서는 대화의 형태 자체가 달라진다. 실시간 반응이 불가능하므로, 주고받기가 아니라 발송 후 대기가 된다.

수학적 모델

왕복 지연과 하루 대화량

RTT = 2t = 6시간

하루 왕복 가능 횟수 = 24 ÷ 6 = 4회

하루에 네 번이다. “ㅋㅋ” 한 번에 6시간이 소요되며, 아침에 보낸 질문의 답은 저녁에 도착한다. 서로가 상대의 3시간 전 상태를 향해 말하고 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은 같은 시점에 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이렇게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다

화성 탐사선이 그렇다. 지구와 화성 사이 거리에 따라 편도 지연이 4분에서 24분까지 변하기 때문에 실시간 조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명령을 하나씩 보내지 않고 하루치 작업 묶음을 한 번에 전송한 뒤 결과를 기다린다. 지연이 큰 통신에서는 대화의 단위가 문장이 아니라 계획이 된다.

05 현실 점검: 실제 지연은 0.5밀리초

농담을 접고 실제 값을 보자. 광섬유 속 빛은 진공보다 느리다. 굴절률이 약 1.47이므로 신호 속도는 광속의 약 68%다.

현실 계산

광섬유 전파 지연

v = c / n = 299,792,458 / 1.47 ≈ 2.04 × 108 m/s

t = 100,000 m ÷ 2.04 × 108 ≈ 0.49 ms

직선거리 100 km 구간이라면 전파 지연은 약 0.5밀리초다. 실제 인터넷 지연은 라우팅과 처리 시간 때문에 수십 밀리초로 늘어나지만, 어느 쪽이든 3시간과는 비교가 안 된다.

10,800초 ÷ 0.0005초 ≈ 2,160만 배

즉 이 사진의 실제 지연 원인 중 물리학이 담당한 몫은 2,160만 분의 1이고, 나머지는 전부 사람이 만든 것이다. 갤러리를 열고, 사진을 고르고, 보낼지 말지 잠깐 생각하는 그 시간이다.

06 정보의 반감기는 질문마다 다르다

3시간이 치명적인지 아닌지는 사진이 아니라 질문이 결정한다. 같은 한 장인데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유효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질문 3시간 뒤 유효성 이유
지금 비 오나? 거의 무효 구름은 시간 단위로 바뀐다
오늘 날씨 어땠나? 온전히 유효 질문 자체가 과거형이다
저기 제트스키 있나? 대체로 유효 일 단위로 바뀌는 대상이다
나 바다 갔다 왔다 영구 유효 시간과 무관한 사실이다

수학적 모델

지수 감쇠로 본 정보 유효성

ρ(t) = e−t/τ

ρ(3h) = e−3/4 ≈ 0.47

τ
자기상관 시간. 그 정보가 “대체로 유지되는” 시간 규모
ρ
지연 t가 지난 뒤 남아 있는 정보의 유효도(0~1)

구름 상태의 τ를 대략 4시간으로 잡으면, 3시간 뒤에도 절반쯤은 살아 있다. “우중충”이라는 정보는 완전히 죽지 않았다. 반면 τ가 무한대인 정보 — “나 바다 갔다 왔다” — 는 아무리 늦게 보내도 손실이 0이다.

07 행정 자료로 번역하면

여기서 농담이 실무와 만난다. 행정 자료도 전부 지연 도착한 관측이다. 현황 자료를 받아보면 그 숫자는 만들어진 시점의 값이지 지금 값이 아니다. 그런데 자료 자체는 “지금”처럼 생겼다.

이 글의 개념 행정 자료에서의 대응
이벤트 시간과 처리 시간의 분리 자료 기준일과 자료 제출일의 분리
“3시간 전” 라벨 “○○년 ○월 ○일 기준” 표기
라벨 없는 낡은 관측 기준일이 없는 현황표
정보의 자기상관 시간 τ 항목별 갱신 주기(수시 · 월 · 연)
지연이 클수록 낮아지는 신뢰 가중치 오래된 자료를 판단 근거로 쓸 때의 할인

실무에서 반복되는 혼란의 상당수가 여기서 나온다. 값이 틀린 게 아니라 언제 기준인지가 빠져 있어서 생기는 문제다. 표 제목 옆에 기준일 한 줄을 적는 것이, 이 글에서 다룬 모든 수식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

08 결론

전제는 농담이었지만 결론은 하나 남는다. 모든 정보에는 도착까지 걸린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적어두지 않으면 정보는 조용히 상한다. 천문학이 거리를 반드시 명시하는 이유, 추적 알고리즘이 지연된 관측의 가중치를 낮추는 이유, 현황표에 기준일을 적는 이유가 전부 같다.

그러니 사진을 늦게 보낸 것은 잘못이 아니다. 늦었다는 사실을 적어 보냈다면, 그건 잘 관리된 관측 데이터다.

결론: 삼척은 천왕성 바깥에 있으며, 그곳의 현재 날씨는 3시간 뒤에 확인 가능하다.

Interactive appendix

직접 계산해보기

광속 지연 거리 계산기

지연 시간을 넣으면 그 시간 동안 빛이 간 거리와 태양계 안에서의 위치를 알려준다.

0보다 큰 숫자를 넣는다. 소수점도 된다. 예: 0.5는 30분.

계산 결과

아직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행성 거리는 평균값 기준이다. 실제 거리는 공전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왕복 대화 계산기

편도 지연과 주고받을 횟수를 넣으면 대화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나온다.

왕복 1회는 “내가 보내고 답을 받는 것”까지를 뜻한다.

계산 결과

아직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답을 작성하는 시간은 0으로 가정했다. 실제로는 이 값이 지연보다 클 수 있다.

정보 반감기 계산기

정보가 유지되는 시간 규모와 지연을 넣으면, 지금 남아 있는 유효도가 나온다.

τ 예시 — 구름 4시간, 기온 12시간, 시설 유무 수백 시간.

계산 결과

아직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지수 감쇠는 단순화 모델이다. 실제 정보는 계단식으로 무효가 되기도 한다.